작가, 팟캐스터 겸 피우다 고객 곽민지와 피우다의 이야기를 매월 첫째주 금요일에 연재합니다. 안녕하세요! 성생활 궁금증을 해결하는 피우다 에디터 [원더]입니다.
매월 첫째 주 금요일은 ‘당신은 모르는 여자의 섹스 이야기’라는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성적 경험을 공유하고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가시화하길 바라봅니다.
오늘은 지난달에 이어 작가, 팟캐스트 겸 피우다 고객
곽민지와 피우다의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
|
|
저자: 곽민지
방송작가, 에세이스트, 팟캐스터. 저서로는 <걸어서 환장 속으로>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미루리 미루리라> 등이 있으며 비혼라이프 가시화 팟캐스트 <비혼세>를 진행 및 제작하고 있다. 개 김정원의 평생 가족이며 피우다의 오랜 단골 겸 유사시 알바. |
|
|
🖐️ 잠깐! 뉴스레터를 읽기 전에...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었던 성생활에 관한 질문을 익명으로 편하게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질문을 모아 더욱 알찬 내용의 뉴스레터를 발행하겠습니다.
|
|
|
피우다의 SBS모비딕 <쎈마이웨이> 촬영 당일. 피우다 대표가 대기실로 들어왔다. 두 MC 제아, 치타는 그 어느 때보다 눈빛을 반짝이며 인사를 했다. 소중히 품에 안고 온 피우다의 아가들(?) 섹스토이를 촬영팀에 전달해서 진열과 인서트 촬영에 넘기고, 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브라운아이드걸스 제아 님은 섹스토이가 생소했고, 치타 님은 훌륭한 소비자였으며 그 점을 방송으로 이야기할 의사가 확실했다. 이 콘텐츠를 꺅꺅 소리치며 볼지도 모르지만 눈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끝까지 정주행할 시청자를 제아 님이 대변하고,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어떤 사명감(?)과 함께 즐겁게 전파하며 친구들에게 링크 하나씩 쏴줄 시청자는 치타 님, 그리고 이 결과물을 불법 성인 콘텐츠가 아니라 훌륭한 정보성 자료로 완성해줄 역할로는 피우다 대표님. 세 출연자가 해주었으면 하는 역할을 전달하고, 옆길로 어떻게 빠지든 필요하면 제작진이 다시 방향을 잡아줄테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실컷 해보시라고 전달했다. |
|
|
스튜디오에 온갖 섹스토이가 전시되고, 카메라 감독님들이 자리를 잡았다. 피디 작가 전원 여성, 카메라 및 기술 스탭 대부분 남성. 하지만 피임 에피소드를 포함해 다양한 촬영을 해나가면서, 그리고 우리와 일한 감독님들은 이런 이야기에 익숙해졌다. 콘돔 안 쓴다는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사연을 접했을 때 갑자기 MC 치타 씨가 카메라감독님들을 향해, |
|
|
“남자들이 콘돔 쓰면 발기 안 돼서 피임 안 한다는데,
콘돔 하나가지고 그렇게 될 것 같으면
콘돔이 아니라 본인들 엔진 문제인 거잖아요.
아니에요 감독님?” |
|
|
하고 무언의 설문조사를 실시한 일이 있었다. 대부분이 그 의견에 동의해주었고, 자신의 성감만을 위해 여성을 임신 공포에 몰아넣고 남성 스스로도 위생적 리스크를 지지 말자는 메시지를 함께 담아낸 경험이 있었다. 이번에도 핑거 콘돔, 토끼 모양의 래빗 바이브레이터, 딜도의 모양을 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속도로 움직이는 잘로 디자이어, 멱살 잡고 오르가즘까지 끌어올리는 주미오 등을 소개하는 내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전편에서 언급한 대로 팀장님이 촬영장에 찾아오셨는데, 평소대로 “어디 너희들 하던 대로 알아서 해보라”시면서 격려만 남기고 돌아가셨다. |
|
|
모두에게 생소한 촬영이지만 안 그런 척, 쿨한 척 (적어도 나는 그랬다) 촬영을 진행하고 있을 때 피우다 강혜영 대표가 지나가듯 한 마디를 했고, 거기서 모두의 동공이 잠시 흔들렸다. |
|
|
“섹스란 게 그렇잖아요.
나는 끝났는데, (다른) 한 사람은 안 끝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섹스토이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
|
그럴 수가 있나? 나는 끝났는데 파트너는 안 끝난 섹스가 뭐지?
나만 이해를 못 했나? 하면서 주변을 둘러봤고, 몇몇 스탭들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지는 걸 목격했다. 우리가 섹스를 이야기할 때는 이성애자가 중심이고, 이성애자의 전통적 섹스란 자고로 남성이 사정을 하면 ‘샷다’가 내려오는 것 아니던가. 마치 놀이동산이나 클럽에서 이별을 알리는 노래가 나오면서 조명이 밝아지면, 지금 내 흥이 어디에 와있든 얼른 정리하고 나가야 하는 것처럼. “난 아직 안 끝났으니 롤러코스터 한 번만 더 태워줘”가 가능했던가?
|
|
|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이것은 이성간의 섹스에서도 진작에 생각했어야 하는 지점이다. 둘이서 하는 섹스가 한 쪽의 ‘사정’(여러모로)으로 끝나는 것이 규칙이라면, 그것도 침대 위에서 탄생하는 권력이니까. 대학교에서 들었던 섹슈얼리티에 관한 교양 수업에서, 여성 배우자에게 화가 날 때 벌 주는 수단으로 자위를 하는 기혼 남성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읽은 적이 있다.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은 20년 전이고, 여성 자위는 지금보다도 가시화되지 않은 시절이었으므로. 자위란 건 여성의 삶에서 너무 멀었고, 파트너와의 섹스를 통해서만 성욕을 해소할 수 있다고 믿던 시절에는 자위도 권력이었다. |
|
|
재미있는 것은 피우다 강혜영 대표가 “한 사람은 섹스가 안 끝나는 경우가 있잖아요.”라는 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 탓에, 모두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말을 할 새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점이다. 마치 마트에서 내 입으로 들어오는 게 뭔지 못 봤는데 동행인이
입에 쏙 넣어준 시식용 음식처럼. 그리고는 천천히 씹으며 그제서야 깨닫는 것이다. 맞아. 내게도 내 섹스는 안 끝났지만 중단된 순간이 많았어. 왜 상대방의 사정으로 끝이 정해진다고 받아들였지? |
|
|
많은 사람들이 <쎈마이웨이> 피우다 편을 섹스토이의 향연과 자위에 대한 기본정보를 전달한 에피소드로 기억하지만, 내게는 ‘내 섹스의 종착점’을 발견하게 해준 회차로 기억한다. 섹스토이는 인간을 대체하지 않지만, 인간의 섹스가 방전되었을 때 달릴 수 있는 보조배터리로 기능할 수 있음을. 나아가 인간의 다른 터치를 동원해서라도 우리는 서로의 종착을 함께할 수 있음을. 방송 제작의 매력은 언제나 여기에 있다. 동료들과 열심히 대본을 준비해나가며 협업하는 기쁨과 함께,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놀라운 문장이 현장에서 튀어나오고 그게 시청자의 삶을 바꿀 거란 확신이 피어나는 순간. 보부상처럼 딜도를 싸들고 방송국에 온 피우다가 피워낸 멋진 순간! |
|
|
💌
다음 이야기는
피우다 뉴스레터를 구독하셔서
함께 기다려주세요 :)
|
|
|
피우다hello@piooda.com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52길 5 (이태원동) 1층 02-796-0698수신거부 Unsubscrib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