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팟캐스터 겸 피우다 고객 곽민지와 피우다의 이야기를 매월 첫째주 금요일에 연재합니다. 안녕하세요! 성생활 궁금증을 해결하는 피우다 에디터 [원더]입니다.
매월 첫째 주 금요일은 ‘당신은 모르는 여자의 섹스 이야기’라는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성적 경험을 공유하고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가시화하길 바라봅니다.
오늘은 지난 달에 이어 작가, 팟캐스트 겸 피우다 고객
곽민지와 피우다의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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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곽민지
방송작가, 에세이스트, 팟캐스터. 저서로는 <걸어서 환장 속으로>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미루리 미루리라> 등이 있으며 비혼라이프 가시화 팟캐스트 <비혼세>를 진행 및 제작하고 있다. 개 김정원의 평생 가족이며 피우다의 오랜 단골 겸 유사시 알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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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섹스 이야기를 뻔뻔하게 잘해줄 섹스토이샵 사장을 섭외하기로 마음 먹은 이후, 나는 피우다가 위치한 해방촌 주민인 점을 십분 활용해 섭외에 성공했다. 다양한 긴 얘기를 짧게 요약하자면, 인스타 DM과 동네 술집에서의 우연한 만남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이 활용되었다. 나의 DM을 받았을 때 피우다 강혜영 대표는 자신의 대화내용을 토대로 AI가 멋대로 발송한 스팸 메시지인 줄 알았다고 했지만, 다행이 술집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덕에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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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쎈마이웨이> 팀의 목표는 자위라는 것을 아예 해본 적이 없는 여성부터 이제 섹스토이에 도전해보고 싶은 여성까지, 혼자서 성적 즐거움을 만끽해보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친절한 가이드가 돼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손으로 할 때 주의할 점부터 눈이 번쩍 뜨이는 제품까지 단시간에 소개해야 하는 미션이 있었다.
담당 작가님의 꼼꼼한 인터뷰 직후 브리핑이 있었다. 요약하자면 “전화 끊고 하나 살 뻔했다”는 것 뿔테안경 쓴 인공섹스 연구원(Ep1 참고) 같다 생각했던 피우다 대표는 연구원 혹은 세무사 느낌의 비쥬얼을 활용하지 않은 채 텔레마케팅으로도 섹스토이를 팔 수 있는 팔이피플이었다. 물론 사라는 말 한 마디 쓰지 않은 채로. 인터뷰 내용 공유와 함께, 피우다에서 촬영해 보내준 제품 시연 영상을 관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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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이미지입니다.)
SBS 목동 본사에 위치한 우리팀이 위치한 층은 가운데에 공용 회의실이 정렬되어있고 그 양 옆으로 사무실이 있는 구조고, 회의실은 통유리로 되어있어 모두가 지나가면서 내부를 볼 수 있다. 피우다에서 보낸 섹스토이 작동 영상이 재생될 때 역시, 회의실 내 큰 화면을 모두가 돌아갈 수 있었다. 전동 딜도가 머리를 열심히 돌리는 순간 유리벽 너머 사람들의 눈알이 일제히 돌아가는 것을, 화면에 집중하려다 실패한 내 눈알 흰자가 모두 목격했다. 회의실 곁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걸음걸이가 느려지는 과장님, 목을 한 바퀴 돌리며 스트레칭을 하다가 다시 우리 회의실을 쳐다보는 디자이너님, 문득 돌아보니 언제부터 화면을 보고 계셨는지 알 수 없는 신입 피디님… 유리방 밖의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공 고추’의 화려한 독무를 지켜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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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자(제작진)들이 스크린에 숭한 것을 띄워 놓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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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선을 느낀 우리는, 일부러 더 진지한 얼굴로 화면을 주시하려 애썼다. 이걸 보면서 ‘어머 저게 뭐야 망측해, 남사스러워!’ 하는 액션을 취하는 순간 남사스럽고 망측한 것을 방송국 이름으로 내놓는 ‘경솔한 애들’이 된다. 우리는 여성들이 정당하게 선택 가능한 즐거움을 말하겠다는 비장한 사명이 있었고, 그래서 필사적으로 불필요한 웃음을 참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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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실을 밝혀두자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제작진이 아직 섹스토이를 마주하는 마음이 마냥 편치 않았다. 아직 나도 준비가 안 됐지만 준비된 것처럼 보여야만 이 기획을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 중간에 당시 팀장님이 유리문을 열고 들어와 “너희 뭐 하냐?”고 했을 때, “여성의 성에 대한 거를 하려고요. 나중에 정리해서 말씀드릴게요.” 하고 덤덤하게 말했지만 솔직히 내 마음도 정리가 안 됐었다… 하지만 언제는 익숙한 소재로만 방송을 했냐며, 이런 게 프로페셔널리즘이다 했지만… 모두에겐 매일이 서프라이즈였다. 그 유리방에서 꺅꺅 소리치고, 얼굴을 가리고 웃고, 저게 뭐냐고 마음껏 남사스러워하고 싶은 마음을 열심히 누르며 준비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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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딜도 타이트하게 찍어야 돼.
헤드 돌아가는 거 잡아야 된다고 카메라 감독님 붙잡고 말해야 돼.”
“저 핑거돔 손가락에 끼운 거 따로 인서트 찍어야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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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중년 남성 카메라감독에게 디렉팅을 해야 할 20대 여성 피디들의 표정도 비슷했다. 본인들도 실시간으로 놀라는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무엇도 놀랍지 않은 척 진행해야겠지.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배구황제가 했던 그 말을 도쿄올림픽 훨씬 전의 피디들도 열심히 되뇌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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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중년 남성 카메라감독에게 디렉팅을 해야 할 20대 여성 피디들의 표정도 비슷했다. 본인들도 실시간으로 놀라는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무엇도 놀랍지 않은 척 진행해야겠지.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배구황제가 했던 그 말을 도쿄올림픽 훨씬 전의 피디들도 열심히 되뇌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쎈마이웨이>는 그동안 했던 제작진의 ‘선’을 인정해주셨던 팀장님(중년 남성이셨다) 덕에 촬영장에서도 우리끼리 알아서 잘 찍어서 잘 내면 되는, 나름의 독립성을 인정받는 콘텐츠라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현장에서 조금 우왕좌왕하더라도, 잘 편집해서 내놓으면 될 것이었다. 그런데 촬영을 하루 앞둔 날,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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